친족상도례 형법 개정 핵심 정리: 사실상 폐지, ‘형 면제’에서 ‘친고죄’로 바뀐 이유

2026-01-10


들어가며: 70여 년 만의 큰 변화, 친족상도례 형법 개정

2025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며,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친족상도례 형법 개정이 현실이 되었습니다.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. “가족 간 재산 범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”는 시대의 관행이, “피해자가 원하면 처벌할 수 있다”는 피해자 중심의 원칙으로 이동한 것입니다.

이번 변화는 단순히 법 조항 하나가 바뀐 문제가 아닙니다. 가족이라는 관계가 보호막이 되던 구조가 사라지면서, 재산 범죄의 책임·구제·권리 보호의 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. 특히 오랫동안 ‘가족 내부 문제’라는 말로 침묵을 강요받아온 피해자들에게는 사회가 보내는 분명한 신호이기도 합니다.



친족상도례 뜻: 왜 이런 제도가 존재했을까?

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특례 조항으로, 가족 내부의 재산 문제는 국가가 개입하기보다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습니다.

적용 대상과 범위(기존 기준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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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존 친족상도례는 다음 관계에서 발생한 절도·사기·횡령 등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.

  • 직계혈족(부모-자녀)
  • 배우자
  • 동거친족
  •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

여기서 핵심은 ‘가족이니까 선처’ 정도가 아니라, 아예 형이 면제되어 처벌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. 즉, 사실상 형사법 영역에서 ‘문턱’이 높게 세워져 있었던 셈입니다.

왜 비판을 받았나: 현대 사회와 충돌한 지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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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제는 가족의 형태와 경제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. 과거의 대가족, 공동 생계 중심의 사회와 달리, 현대의 가족은 더 다양해졌고 재산·소득 관리 방식도 복잡해졌습니다. 그 과정에서 친족상도례는 다음과 같은 사각지대를 만들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.

  •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경제적 학대가 가려지는 문제
  • 피해자가 막대한 손해를 입어도 형사적으로는 구제받기 어려운 구조
  • 가해자가 제도를 ‘면책 장치’로 활용하는 사례 증가

결국 “화목을 지키자”는 의도가, 일부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습니다.



헌법재판소 결정이 바꾼 흐름: ‘헌법불합치’의 의미

지난해 6월,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 조항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‘헌법불합치’ 결정을 내렸습니다. 이는 단순히 “문제가 있다” 수준이 아니라,

  • 해당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니
  • 입법자가 시한 내에 고치되
  • 그때까지는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

는 강한 취지의 결정입니다.

즉, 법 자체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국가적 결론이 내려진 것이고, 이번 국회 통과로 그 개정이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.



박수홍 사건: 친족상도례의 허점이 대중에게 ‘보이게’ 된 계기

이번 개정 논의에 불을 붙인 사건으로 방송인 박수홍 씨 사례가 자주 언급됩니다. 친형 부부가 출연료 등 약 6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, 박 씨 부친이 “실제 자금 관리는 내가 했다”고 주장한 정황이 알려졌습니다.

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구조 때문입니다.

  • 형제간이라도 비동거라면 처벌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음
  • 그러나 부모-자식 관계(직계혈족)는 친족상도례가 강하게 작동해 형이 면제되는 영역이 존재

따라서 “부친이 했다”는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와 별개로, 대중은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.

  • 가족 내 신뢰를 이용한 범죄인데도
  • 법의 구조상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

이 사건은 결국 친족상도례가 ‘가족 화목’의 장치라기보다, 특정 상황에서는 가해자의 도피처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에 선명하게 각인시켰습니다.

친족상도례 형법 개정은 이런 악용 가능성을 줄이고, 최소한 피해자가 원할 때는 법이 개입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.



개정안 핵심: ‘형 면제’에서 ‘친고죄’로의 전환

이번 개정의 요지는 ‘전면 처벌 강화’라기보다 피해자 선택권을 살리는 방식으로의 재설계입니다.

1) 가장 큰 변화: 무조건 면제 → 고소하면 처벌 가능

기존에는 일정 친족 관계에서는 무조건 형 면제(처벌 불가에 가까움) 구조가 있었습니다. 하지만 이제는 친족 범위와 관계없이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바뀌었습니다.

정리하면 아래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.

  • 과거: “가족이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(형 면제)”
  • 현재: “가족이라도 피해자가 원하면 국가가 개입한다(친고죄 중심)”

즉, ‘가족 간 문제는 덮자’가 아니라 ‘피해자의 의사를 중심에 두자’로 이동한 것입니다.

2) ‘친고죄 일원화’가 의미하는 균형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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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각에서는 가족 간 고소·고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. 그러나 이번 방식은 무작정 처벌을 강화하는 형태가 아니라 고소가 있어야 처벌되는 친고죄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균형점을 갖습니다.

  •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형사 절차가 쉽게 개시되지 않음
  • 반대로 피해자가 원하면, 과거처럼 “가족이니까 안 된다”로 막히지 않음

가족의 자율적 해결 여지를 남기되, 피해자를 제도적으로 방치하지 않는 구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.



소급 적용과 특례: ‘언제부터’ 적용되나?

이번 개정에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바로 적용 시점입니다.

1) 소급 적용 기준

개정된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선고 시점인 지난해 6월 27일 이후 발생한 사건부터 적용됩니다. 즉,

  • 6월 27일 이후 발생한 친족 간 재산 범죄 사건이라면
  • 과거처럼 자동 면제 구조에만 갇히지 않고
  • 새로운 규정 적용 가능성이 생깁니다.

2) 경과 사건을 위한 ‘고소 특례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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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한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까지는 과거 경과 사건에 대해 고소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이 마련되어, 그동안 법의 한계 때문에 대응을 못 했던 피해자들에게도 실질적인 구제 창구가 열리게 됩니다.

이 부분은 단순한 법 기술이 아니라, “피해가 있었지만 법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시간”을 제도적으로 고려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.



우리 사회에 미칠 변화: 피해자 보호의 확대와 가족 관계의 재정의

친족상도례 형법 개정이 가져올 변화는 크게 두 방향으로 예상됩니다.

1) 경제적 약자 보호의 실질 강화

가족 내부 재산 범죄는 종종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발생합니다.

  • 정보 비대칭(돈 관리·사업 운영을 한 사람이 독점)
  • 심리적 압박(“가족인데 신고하냐”)
  • 생활 기반 의존(가해자에게 생계가 묶여 있음)

이때 ‘형 면제’ 구조는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킬 수 있었습니다. 개정 이후에는 피해자가 원하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억제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.

2) 가족 공동체의 ‘신뢰’가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선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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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번 개정은 “가족은 무조건 보호한다”가 아니라, 가족이라는 이름이 범죄의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사회적 선언에 가깝습니다.

  • 신뢰는 보호되어야 하지만
  • 신뢰를 이용한 침해도 책임을 져야 한다

이 원칙이 법에 반영되면서, 가족 관계 역시 더 투명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재정렬될 여지가 있습니다.



현실적으로 알아둘 점: 피해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

친고죄 체계에서는 ‘피해자 의사’가 핵심이므로, 실제 상황에서는 아래 같은 준비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.

  • 증거 정리: 계좌 내역, 계약서, 문자/메신저 내용, 녹취 등
  • 손해 범위 산정: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재산이 유출되었는지
  • 법률 상담: 민사(부당이득/손해배상)와 형사(횡령/사기 등) 병행 가능성 검토
  • 고소 시점 관리: 특례 기간, 공소시효, 사건 발생 시점 확인

특히 가족 간 사건은 감정적 부담이 큰 만큼, 형사 절차가 목적이 아니라 ‘피해 회복’이 목표인지를 먼저 정리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됩니다.



맺음말: 친족상도례 형법 개정이 남긴 과제와 기대

이번 친족상도례 형법 개정은 ‘가족’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어 왔던 재산 침해에 대해, 국가가 최소한의 정의를 세우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사건입니다. 무조건 처벌 강화가 아니라, “원하면 처벌할 수 있다”는 피해자 권리 회복의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.

물론 제도가 바뀐다고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. 가족 간 갈등의 특수성, 2차 피해, 입증 부담 같은 현실적 난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. 그럼에도 이번 변화는 분명합니다. 가족이기 때문에 참아야 했던 피해가, 법 앞에서 ‘말할 수 있는 피해’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.

앞으로 이 개정이 가족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도구가 아니라, 가족 안의 약자를 지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안전장치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.